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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미학공감 6. 일상미학과 공간을 사유하는 건축가 홍윤주

일상미학과 공간을 사유하는 건축가 홍윤주

(일상미학공감 6)

 

일시: 2012/ 10/ 23/ 화

장소: 일상예술창작센터

이야기꾼: 이광준

작성: 일상예술창작센터

 

신문자 (활동가) : 안녕하세요. 오늘이 <일상미학공감> 마지막 날이어서 아는 얼굴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번씩 5월부터 매 월 주제를 정해서 진행했던 포럼이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어서 이 전에 포럼 하셨던 분들도 초대를 했어요.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원 분들과 간략하게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싶네요. (웃음)

 

신문자 : 이원재 기획위원님이시고, 일상미학연구소 연구원이십니다.

이원재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박수)

신문자 : 저희 센터 대표님이세요.

김영등 : 반갑습니다. (박수)

 

신문자 : 저희가 여기로 9월 12일에 이사를 왔거든요.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오늘 제일 많은 인원이 오신 날이에요.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생활창작공간 새끼’가 여기 밑에 지하로 들어오고요. 여기 1층이 사무공간입니다. 나중에 지하 공간 오픈할 때 초대메일 보내게 될 텐데, 그때도 많이 와주세요. 오늘은 일상미학과 공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거고요. 이광준 기획위원님과 홍윤주 씨입니다. (박수)

 

 

포럼 순서 소개

 

이광준 : 일상미학연구소에서 하는 여섯 번째인데요. 공간을 주제로 잡고, 누구를 초대할까 하다가 ‘진짜공간’ 사이트 보셨죠? 나름 마니아도 있고, 예리하게 동네 공간과 사생활을 침해하면서, (웃음) 작가들의 방까지 회고하면서 내용들을 잘 올려주시고, 기획을 하고 계시는 홍윤주 선생님을 초대해 봤습니다. 일단 먼저 ‘진짜공간’을 만든 이유라든가 방향, 고민들을 들어보고, 그 다음으로 제가 큰 질문 6개 정도 드리려고 해요. 거기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나눈 다음 조금 쉰 다음에 2부에서는 우리가 왜 공간에 대해서는 즐기지 못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 주실 거예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앞부분을 빨리 진행하고 오늘은 참여하신 분들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도록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럼, 윤주 씨가) 먼저 이야기해 주세요.

 

진짜공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

 

홍윤주 : 네. 제가 ‘진짜공간’을 시작한 건 보통의 건축 잡지나 인테리어 잡지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게끔 부러워하게 만들잖아요? 그리고 그것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게 맘에 안 들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건축을 전공했어요. 사회 초년 시절에 건축사무실에 들어가서 하는 일이 우리나라 섬 리조트를 설계하는 거예요. 그런데 2년 동안 다니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게, ‘정통 유럽식 고품격 럭셔리’. (웃음) 너무 거기에 시달려서 나중에는 토가 나올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자연 지형에 맞춰서, 그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로 풍광이 어우러지게 만들라고 배웠는데 너무 거기에 반하는 것 같고. 왜 한국에다가 정통유럽식 고품격을 집어 넣어야 하는 거지? 이런 갈등이 심했어요.

그렇게 2년을 다니고, 이 대규모 리조트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 그만 두고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TV를 딱 틀었는데 TV에서도 정통 유럽식 고품격 럭셔리가 나오는 거예요. 광고에서, 이미연 씨가 체스판 위에서 뛰어 놀면 금발의 영국 신사들이 박수를 쳐요. 이게 너무 웃긴 거예요. 이 때 당시 아파트 선전들이 다 이랬어요. 또 다른 선전에서 보면, 한국 엄마와 한국 아빠인데 딸은 금발이고 이상하더라고요.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롯데 캐슬 유럽의 궁과 이 네모 박스 아파트의 이미지를 연결해서 내 놓았다는 것이 놀라웠거든요. 그런데 그게 먹힌다는 게 더 놀라웠어요. 그런데 이게 과연 그 때 이후, 2000년대 초반 이후 이런 현상이 없어졌는가. 그렇지 않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도대체 이건 뭘까? 왜 우리나라에서 유럽을 홍보하는 광고들이 나올까? 궁금해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살펴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보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살펴봐야 우리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 건축과를 다니면 답사를 많이 다니게 해요. 전통 사찰, 고궁 이런 데 많이 다니기도 하고, 국내, 외의 유럽 건축가들이 지은 유명 건물들을 많이 보게 하는데 저는 그런 것에 감흥이 없는 거예요. 저는 제가 건축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래서 감동이 없나보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가 달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사실, 달동네라기보다 해방촌이나 역사가 오래된 동네를 다니면, 살짝 미쳐가지고 뛰어다니더라고요. (웃음) 건축(이론 등)에서 말하는, 어떤 조류를 따라가는 그런 게 있잖아요? (동네 이미지를 보며) 그런데 이것은 계획해서 나올 수 있는 조형이 아닌 거예요. 이 사람의 필요에 의해 나오는 최소의 공간, 계단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그 사람이랑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어서 살아있는 거예요. 거기에서 제가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걸 보면서 ‘집을 지을 때 따라해야지.’ 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떻게 집에다가 철판으로 과감하게 입면을 만들 수 있을까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가로에 바짝 입면을 대는 것보다 살짝 들어가서 있는 게 좀 더 푸근한 경관을 만드나 보다 이런 것을 느끼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카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또 하나는 이것은 홍대예요. 반지하인데 반지하에서는 항상 채광, 통풍 이런 것이 문제가 되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나름 해결을 하고 잘 살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것을 배워서 딴 데 써 먹죠. 여기에서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이광준 : 사이트에 보면 선언문은 아니지만, 홍윤주 건축가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부터 시작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공부하면서 건축사나 미술사나 이런 것을 보면, 그리스 건축부터 해서 양식사를 배운다거나 최근의 사조 흐름부터 보게 되는데, (‘진짜공간’은) 건축과 공간이 섞여 있으면서 또, 그런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보통 유명 건축가 위주로 기억을 하잖아요? 나는 좀 언제쯤 그런 건축가가 지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한데 내가 만든 집에서 언제쯤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요. 지금도 못 사는 것 같고 향후에도 살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항상 내가 있는 공간보다는 다른 무엇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품고 있는 것이) 아닌 무엇을 얘기해줬던 사이트였던 것 같고, 영감을 많이 받게 해준 것 같습니다.

 

 

도시의 스타일

 

이광준 : 실제로 도시는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지잖아요? 제가 요즘 많이 느끼는 건, 공간이라는 것이 되게 많은 자본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대부분 강남스타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되게 세련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고, 강남의 어떤 가로수 길 같은 풍경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홍윤주 씨가 보시기에 그러한 경향성이 있는 장소? 한국에서 그런 곳이 어디인지?

 

홍윤주 : 지금 와서는 강남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홍대나 북촌 스타일도 있고요. 나름의 문화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강북의 오래된 상가 밀집지역이나 주거지역을 깨끗하게 가구 정비해서 강남의 깨끗한 거리처럼 만들려는 것? 그런 것은 (말씀하신) 그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는 스타일처럼 각각의 개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광준 : 그러면 서울시에서 도시디자인이다 해서 사업들을 많이 했었잖아요? 예전에 도시 디자인 하시는 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잘 된 도시 디자인이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한 1분 정도 생각하시더니 가로수길이 가장 잘 된 디자인의 모델이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런 도시 디자인 같은 경우 되게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그리고 도시 계획 차원이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북촌 스타일이란 것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예를 들어 북촌도 서울시에서 ‘북촌마을 만들기’ 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과정은 강남의 거리에 비해서 잘 된 건가요?

 

홍윤주 : 일단 관에서 뭔가 계획을 잡고 하면, 일괄적으로 진행이 돼요. 그래서 공간이 균질화되는 것 같아요. 북촌도 약간 울퉁불퉁한 공간들이 있고, 건물들도 낡아서 쓰러지려는 것도 있고 새 건물도 있는 울퉁불퉁한 동네여야 되는데, 그것을 관에서 진행을 하면서 균질화되어 가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제가 사무실이 북촌이었어요. 그래서 동네 아줌마들이랑 친분도 있었고 한데, 그 북촌 본연의 색깔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분위기인 것 같아요. 가로수길과는 좀 다른 건데 가로수길은 젊은 친구들이 작업실을 내고 이러면서 젊은 층의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생성됐던 거잖아요? 그런 스타일의 차이? 그리고 가로수길이 세련된 젊은 층이라면 홍대는 세련된 것과는 다른, 어떤 펑키하다고 해야 되나? 여러분 다 아시지 않나요? (웃음)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스타일이 있잖아요. (웃음)

 

이광준 : 전주 한옥마을 같은 경우에도 북촌하고 비슷한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전주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하다 보니까 예쁘게도 만들고 깔끔한 목재를 사용해서 잘 만들어졌는데, 거기 애초에 임대를 해서 살던 예술가나 기획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고 해요. 임대료가 비싸서가 아니라 뭔가 공간의 맛이 없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런 거랑 약간 비슷한 얘기인 거죠?

 

홍윤주 : 네. 맞아요.

 

 

건축과 집장사

 

이광준 : 요즘 얘기를 들어보면 건축가는 없고, 건축업체에 소속된 건축가만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보통 건축가들이 의뢰를 받아서 자신이 설계한 집을 만드는 게 대강 어느 정도 나이대인가요?

 

홍윤주 : 40대 들어서면 되는 것 같아요.

 

이광준 : 40대 전에는?

 

홍윤주 : 40대 전에는 소소한 인테리어나 공공 프로젝트 쪽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있는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50이 다가왔는데 왜 건축은 50대부터인지 알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친구들이 나이가 드니까 이제야 자기네 집들을 짓더라. (웃음) 다 인맥이에요. 빨리 나이들 드세요. (웃음)

 

이광준 : 그러면 건축가들 중에서 젊은 건축가인데, 생활건축 또는 일반 주거를 자신이 하고 싶은 건축물로 설계를 하거나 하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어떤 분들이 계실까요? (다르게 표현을 하면) 만약 여기 계신 분들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모은 돈으로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다 그러면 어떤 분을 찾아야 되나요? 잘 몰라서…

 

홍윤주 : 음… 그 전에는 찾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작은 그룹이 생겼더라고요. 이름을 까먹었는데, 이름을 알아야 가르쳐 드릴 텐데… (웃음)

 

이광준 : 어쨌든 그런 그룹이 있다는 거죠?

 

홍윤주 : 네. 그룹을 만들어서 거기에 젊은 건축가들이랑 괜찮은 건축가들을 모아서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연결시켜주더라고요. 아마 인터넷에 치면 나오지 않을까요?

 

이광준 : 아마 건축이 가장 비싼 상품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예술 작품처럼 인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을 때 저 같은 경우에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70, 80, 90년대 건축물을 많이 보게 되는데 집장사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 게 시대적으로 어떻게 달라지게 돼 나요? 오늘 (여러분들이) 온 이 공간도 연립주택 공간이잖아요? 건축가가 지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약간 집장사 하시는 분들이 지었을 것 같은데.

 

홍윤주 : 건축가가 지은 집은 세계적으로 10%가 안 돼요. 그러니까 나머지는 약간 이름 없는 사람들이 지은 집이거든요. 이름 있는 건축가가 지은 집은 1%? 2%? 굉장히 고급 주택이에요. 일반인들한테 집 짓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여기 앉아 계신 분 중에 건축가가 지은 집에 살고 계신 분 있나요? (웃음)

보통 건축가라는 것에 되게 많은 정의를 내리는데, 건축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소위 작가님들이라고 불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건축‘가’를 붙여요.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고요. 그리고 집장사 스타일을 보면, 딱 싼 값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쏙 쏙 뽑아서 지어요. 이 집 자체도 약간 불란서 풍이라고 해 가지고 되게 유행했던 집이에요. 맨 처음에는 그냥 불란서 풍으로 한 층만 짓다가 점점 임대를 주어서 임대수입을 얻고 하려고 또 한 층을 더 올린다든가 그런 변형들이 많아요. 이렇게 짓다가 또 임대를 더 많이 주려고 헐어서 다세대 건물을 짓고.

다세대가 밀집 되어 있는 곳에 가면 굉장히 답답해요. 빽빽하게 들어서서 주차도 제대로 안 되고. 그런데 그것은 정부가 일부러 방치한 거예요. 그 때 주택난 때문에 서울에서 몇 백만 호를 짓는다고 그랬었는데, 가만히 놔둬도 집장사들이나 사람들이 알아서 공간을 확장시켜 주니까 내둔 거예요. 그런데 내뒀더니 지금에 와서 밀집지역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공원도 없고, 빈 틈도 없고, 길만 좁게 있는데 길에서도 조차 바람이 잘 안 통하는 이런 지역들이 생긴 거예요. 그러다가 아파트까지 넘어가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아파트도 집장사 식인 거죠.

 

 

아파트에 대한 생각

 

이광준 : 합정동에 가면 메세나폴리스라고 어마어마하게 크게 새로 만든 게 있어요. 아까 이야기했던 정통유럽식 고품격 럭셔리 같은. (웃음) 그런 풍인데 요즘에는 아파트들이 커뮤니티 개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서울에서 60%가 대부분 아파트잖아요?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게 될 텐데, 아파트 문화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나요?

 

홍윤주 : 아파트가 진짜 편해요. 죽은 공간도 별로 없고,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는 수납공간도 굉장히 잘 해놨더라고요. 정말 알맞게 지어놓은 주거공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아파트에 대한 비난에 대한 것이 많았는데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잖아요. 아파트 단지 에 3000세대가 산다고하면나중에 아파트가 다 늙어 가지고 새로 지어야 할 때, 뭔가 변화가 필요할 때 3,000명의 동의를 다 얻어야 돼요. 그러니까 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동네(골목) 오면 A지점에서 B지점 갈 때 길 가는 경우의 수가 많잖아요? 제가 이태원 3년 살았거든요.다닐 때마다 새로운 길이 나타나요. (그냥 길이 아니라) 다른 차원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아파트는 길이 한정적이고, 단지 안에 있는 사람은 좋을지 모르겠는데 동네 자체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야 할 때, 아파트 담을 빙 둘러서 가야 되잖아요? 이건 되게 폭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나쁜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웃음) 제가 친구네 아파트에 갔는데 방송을 하더라고요. 제가 깜짝 놀라서 저거 끌 수 없냐고 물어보니까 못 끈다고 하더라고요. 아파트에서 그런 방송을 하면 다 들어야 된대요. 옛날에 읽었던 소설에 나오는 ‘빅브라더’ 있잖아요.그런 거 생각나면서 되게 생소했어요. (웃음) 저는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광준 : 아파트가 설계에서도 집합적 구조이지만 뭔가 변형을 해야 할 때나 일상에서도 관리 시스템에 의해 규정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네요. 단독주택보다는 공간에 대한 자율성이 애초부터 부족한.

 

홍윤주 :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아파트는 벽지부터 내 것이고, 벽은 내 것이 아니라고. (웃음) 왜냐면 벽은 맘대로 할 수 없어요. 조금만 건들려도 위가 무너져요. 벽은 공동 소유예요.

 

이광준 : 저는 아파트에서 안 사는데, 아파트에서 사시는 분 손 들라고 하면 이상한가? (웃음) 아파트가 아니신 분? 90%네요. 보면 저도 공간을 변화시키고 싶은데 (아파트가 아니니까) 공간에 대한 자율성을 더 확보한 셈이네요. 그게 부모님 집이라면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거죠.

 

홍윤주 : 아파트보다는 그렇죠. 그런데 아파트도 무시할 게 못 되는 게요, 옛날 평면도부터 지금 평면도까지 보면 아파트의 역사가 있어요. 우리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이거든요. 아파트도 역사가 있습니다. (웃음)

 

 

공간의 변형

 

이광준 : 여기(사이트) 보면, 되게 재미있게 본 것 중의 하나가 ‘정직한 입면’에서 부안군진소면에 있다는 이 건물(사진을 보며 웃음)을 볼 때 뭔가 자기 공간을 변형할 수 있다는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어떤 계기로 (이 건물 사진을) 찍게 됐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홍윤주 : 딱 이거예요. 웃으셨죠? (웃음) 딱 보고 너무 웃겨가지고 찍게 됐어요. 이거 보세요. 되게 위에는 로보캅, 태권V 같은 각진 조형을 가지고 있는데 아래는 나무젓가락 같은 것으로 지지대어 있는 게 이상하잖아요? 이상한데 재미있고, 그렇게 밉지 않고 이상한 감정을 일으키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에 사진을 올리게 됐고, 그리고 이것 때문에 이 지붕 재료에 대해서 조사를 했었어요.

 

이광준 : 그런데 저것 같은 경우, 불법 건축물인가요?

 

홍윤주 : 네. 지붕이 1미터까지는 괜찮은데 넘어가면 지붕 면적으로 계산돼요. 이제 지금 1미터가 넘거든요.

 

이광준 : 그럼 우리가 보통 공간을 사용하다보면 법 제도적인 틀들이 있잖아요? 건축법도 있을 거고. 그러면 실제로 아파트에 사는 분들 말고 일반 생활공간에서 사는 분들이 변형이나 이런 것들을 하게 되는 것이, 불법을 많이 저지르는 거죠?

 

홍윤주 :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여기는 더군다나 시골이어서 마음껏 자유롭게 할 수가 있는데, 도시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너도 나도 이렇게 하다보면 도시에 해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도시는 규제가 조금 더 강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변형할 때 법을 피해 가거나 다른 방법들을 이용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한 사례가 없어서 더 자세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는데, 가능합니다.

 

이광준 : 왜 그런 질문을 드렸냐면, 우리가 도시계획이나 건축, 토지구획, 상업형 공간, 주거형 공간 뭐 이런 식으로 다 나눠져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런 계획된 것 안에서, 틀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보통 보면 공간을 변형시키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라든가, 그래픽 아티스트라든가 하는 분들이 불법이라는 것에 갇혀서 공공공간에서 발산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그런 것을 뚫고 나갈 수 있나요?

 

홍윤주 : 그건 건축의 범위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이광준 : 너무 제가 폭 넓은 질문을… (웃음)

 

홍윤주: 그건 재산 훼손? 그런 거잖아요. 남의 집 벽에다가 그림 그리고 이런 건.

 

이광준 :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넘어올게요. (사이트) ‘내 방을 보여 줘’에서 보면, 뭐 기획자나 동료 건축가들의 집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인터뷰하는 글을 보면서 느낀 건데, 공공공간은 어렵지만 내 방은 (변형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도 딱히 목공을 해서 책장을 만들거나 하는 것을 빼면 공간을 변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여러 가지 공간 만들어 보는 분들을 보면서 어떤 가능성들을 보았는지? 또 홍 선생님 보니까 집을 많이 바꿨더라고요. 그런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홍윤주 : 보통 사람이 가장 크게 고칠 수 있는 것은 그러니까 위의 지붕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자기가 벽을 허무는 거죠. 그리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저는 패브릭인 것 같아요. 침대나 이불보 색깔. 방에서 침대가 차지하는 면적이 꽤 돼요. 그래서 침대 색만 바꿔도 방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니까 벽지색깔을 바꾸는 거죠. 가벼운 것부터 시작을 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보통 인테리어 하는 식이지 않을까요? 자기가 원하는 취향대로.

 

 

이광준 : 그러면 자기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려면 뭔가 참조 자료가 있어야 되잖아요? 저도 보면 요즘 아이패드로 ‘레몬트리’라는 잡지를 탐독하고 있는데요. (웃음) 보면, 인테리어 잡지나 전원주택 잡지 이런 것들 보면서 보통 사람들이 하게 되는데, 그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윤주 : 제가 초반에 얘기했던 것처럼 잡지들이 저희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공간을 찍고 사람들한테 유포하니까, (그렇다면, 저는) 진짜 제 주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다루겠다고 해서 (‘진짜공간’을)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인테리어 잡지 등이 전혀 못하는 것만 나오는 건 아니에요. 중간, 중간 유용하고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적절하게 섞여 있어야 사람들이 아예 거리감을 못 갖게 되잖아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만 쭉 나열하면 아예 거리감을 두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사람들이 더 욕심을 내고 가까이 가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저도 건축을 하니까 가끔 잡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거든요. 그런데 아이디어는 얻는데 재료는 싼 걸로 한다든가. (웃음)

 

 

이광준 : 얼마 전에 EBS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자본주의의 약속’ 이라고 5부작인데, 4부째 인가, 내가 소비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수동적인 인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어요. 소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존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잡지를 보면 싼 재료를 사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게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기 보다는 너무나 완결적인 것으로 제시를 하거든요. 제가 이 ‘진짜공간’ 사이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뭘까 생각해보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이태원 X감독이 누군가요?

 

홍윤주 : 다 제 주위 인맥입니다. 친구. (웃음)

 

이광준 : 자기공간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게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것보다는 전혀 다른, 어떻게 보면 내밀한 속사정이라 애인한테조차도 잘 안 보여주려고 하는 내 방일 수도 있는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보면서 어떤 미학적인 것을 발견하게 됐는지 X감독의 방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어떤 변형들을 할 수 있는지?

 

홍윤주 : 그냥 자기 색깔이 다 드러나더라고요, 집에 가보면. 취향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집은 영화 미술감독의 집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이) 물욕이 되게 강해요. (웃음) 한 번 가지면 잘 안 놔요. 그리고 직업도 미술감독이다 보니까 어느 영화에 써 먹을지 모른다고 계속 쟁여 놔요. 그래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런 거? 집에 구석, 구석 뭐가 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이런 거 쓰지도 않아요. 영화에서 썼던 테이프 칠한 것도 갖다 놓고, 다 산 것도 아니고, 주운 것도 갖다 놔요. 그리고 여기 벽 색깔을 새로 칠했고, 여기 칸막이가 나무로 되어 있었대요. 원래 방이었던 것인데 칸막이를 틔어서 복도로 넓게 해서 쓰더라고요. 또 한 가지는 여기가 구석져요. 햇빛도 안 들고. 그런데 이 공간을 활용하려고 예쁜 등을 달아놓은 거예요. 음침한 공간이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조명을 하나 갖다 놓으면 그 공간이 애정이 가는 그런 효과가 있답니다.

 

 

이광준 : 그러면 스스로 공간을 디자인 한다는 게 작은 데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런 부분이 일상을 변화시키다? 특히 공간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개인에게 큰 경험일 것 같아요. 하나의 벽을 헐어낸다든가 이런 것들을 하려면 어떤 것을 스스로 참조할 수 있는지? 공간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다면, 어떤 것들을 봐야 하는지, 어떤 방식들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홍윤주 : 요즘에는 네이버 지식인 이런 거. (웃음) 물어보면 다 나와요.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돈 벌려고 올린 사람들 많잖아요. 그래도 딱 보면 알지 않나요? 저 사람이 일반인인지, 전문가인지? 평범한 사람이 올리면 되게 후기 같은 게 살아나요. 그런 걸 수집해서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가까운 데 인테리어나 디자인하시는 분 왠만큼이면 가까이 있지 않아요?

 

이광준 : 없는데? (웃음)

 

홍윤주 : 아, 없구나. 그러면 저한테 물어 보세요. (웃음) 사실은 건축가들도 자세한 것은 전문가에게 물어봐요. (전문가 분들은) 계속 되풀이했기 때문에. 건축가들도 어느 정도의 감은 있지만 재료 같은 것들은 계속 새로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되고, 저도 저희 집 고칠 때, 네이버 지식인 물어봤고, D.I.Y 사이트 들어가서 재료 다 조사하고, 후기를 쭉 보고 결정해서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어보고 하시면 돼요. 그리고 D.I.Y 사이트에서 상담원 전화를 하시면, 상담원이 다 가르쳐줘요. 그러니까 두려움 없이 저지르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저지르는 건 문제가 아닌데 첫 발을 내딛는 게 두렵잖아요. 또 하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내가 이걸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뭘 할 텐데 회사 끝나고 와서 씻고 나면 9시이고 졸립고, 뭐 그런 문제도 있고.

 

이광준 : 그런 게 가능하려면 내 소유의 집이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예를 들어 임대 들어 살거나 그런 경우에도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면 다 나오나요? (웃음) 어쨌든, 일반적으로 D.I.Y 사이트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면 된다는 거죠?

 

홍윤주 : 네. 그런데 이것은 정말 경우의 수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이광준 : 잡지나 이런 것은 없나요?

 

홍윤주 : 잡지는 없고요. D.I.Y를 팔기 위한 사이트에서 자기네들이 디자이너들을 선정해서 그 디자이너들의 블로그를 연결해 놓은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디자이너들이 만든 공간이나 과정에 대한 것이 올라 와 있는 게 있어요.

 

 

건축가 혹은 생활자의 시선

 

이광준 :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진짜공간’에서 재미있었던 게, ‘생활기술’ 부분에 보니까 금방 얘기했던 것 같은 내용이 있더라고요? 콘크리트 벽에 나사못 박기? 2단계, 3단계 이런 것들 재미있었던 것 같고 또 하나는 주변 공간들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혹은 생활자의 시선으로 많이 얘기해 주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한 가지 이 사례를 가지고 얘기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목이 ‘침 튀기며 까대기’라 신기해서요. (웃음)

 

홍윤주 : 이 글은 제가 순간적으로 열 받아서 쓴 거거든요. 요즘에 생태하천 복원이라고 해서 서울시에 있는 모든 하천들을 다 뒤집어 놨어요. 성곽길 유네스코 어쩌고 하면서 성곽길 둘레길도 조성한다고 쫙 뒤집어 놓고, 철길도 유휴부지라고 해서 공원 만든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생태하천과 철길에는 자전거 도로가 꼭 있고요, 거기에 또 보도가 있고, 나무 심는 공간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철길 같은 경우 얇게 쭉 가는데 거기에다가 왕복 자전거 도로에다가 보도를 깔고 그러니까 나무는 얇게 조성되어 있고, 이게 공원인지 뭔지 모를 모습으로 조성해 놨더라고요.

그리고 생태하천 같은 경우에도, 이걸 환경 관련되신 분들도 와서 보면 뭐라고 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에도… 저는 그냥 생태 말고 주거로만 얘기할게요. 서울시에 있는 하천의 모습이 여기나 저기나 다 이상해요. 다 똑같이 만들어 놔서. 하천 옆에 풀 같은 것을 심을 수 있는 불록을 쌓고, 그 옆에는 산책길 코스가 있고, 물이 흐르고, 그게 어디나 똑같아요. 그리고 하천 옆에 이런 건물들이 있었거든요. 자연스러운 것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울퉁불퉁한 공간일 거예요. 어떤 건 삐져나오기도 하고, 못생긴 것도 있고, 번듯한 것도 있어야 성격이 드러나는 건데 하천 주변에 있는 것들을 싹 밀고 정돈을 해 버리니까 되게 균질화 되는 게 싫더라고요. 그리고 성곽 둘레길 같은 경우에는, 만약 유네스코 등재를 해서 외국인들이 놀러왔다고 쳐 봐요. 그런데 산책길만 있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계속 걷기만 하고. 그런데 성곽 둘레길에는 성곽에 딱 붙어서 건물이 있기도 했고, 다양한 관계로 형태를 맺는 건물들이 있었는데 거길 둘레길로 만든다는 일념 하나로 다 밀어 버리고, 걷는 길로 만든 거예요. 그런데 사실 성곽길의 코스가 되게 길잖아요. 길을 걷다가 거기 사는 사람도 만나고 약간 이런 울퉁불퉁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열심히 걷기만 하는 길을 만들어서 화가 나더라고요. 생태이고, 도시를 더 아름답기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건데 옛날에 고속도로 뚫는 식으로 일괄적으로 길을 만들어 버리니까 조금 화가 나서 침 튀면서 까댔어요. (웃음)

 

 

이광준 : 이런 공공공간을 만들 때, 대안적인 것들을 시민들이 만들거나 그런 건 할 수 없나요? 하려면 어떻게? 왜냐하면, 조경 업체나 이런 데서 다 만들어내 버리는 거니까.

 

홍윤주 : 공공공간에 대해서는 이광준 씨가 저보다 더 잘 알지 않아요? 관공서나 문화기획이나 이런… (웃음)

 

이광준 : 계획에서도 반계획적 실천이 필요한데, 반계획을 주민참여라는 개념을 떠나서 어떤 사람들이 침 튀기면서 욕을 할 때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뭔가 하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 이쪽 홍대 쪽은 디자이너들도 많고, 일러스트레이터, 기획자도 많은데 공공공간에 대해 실천했던 경우는 거의 드물었던 것 같아요. 반대한다 포스터 올리고, 울분하는 정도이지. 아마 경의선 길이 저런 식으로 바뀌려고 하는 것 같은데…

 

홍윤주 : 여기가 아마 경의선 길일 거예요.

 

이광준 : 네. 제가 어렸을 때 뛰어 놀던 곳이기도 하고, 텃밭이 많았던 곳이에요. 철길 주변 노인 분들이 조금씩 해서 경작을 했던. 계획에 대한 반계획 운동? 이런 것들이 필요한 거고, 그런 것들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뭔지는 고민 중인데.

 

홍윤주 : 저 예전에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옮기기 서명운동하고 그랬잖아요. 공간에 대한 서명운동 같은 게 꽤 있는 것 같은데? 그 왜 지리산 케이블카 그것도 무산됐었죠.

 

이광준 : 무산은 됐는데 지금도 시도는 계속 하고 있어요. 대체적으로 보면 저희 같은 경우 일본하고 달라서 저런 걸 같이 디자인해서 만들어 보려고 하지 않고 대부분 텍스트로만 요구를 하잖아요. 우리는 이런 것 싫어하니까 이런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추상적인 서명만 받는데, 예를 들어 만약에 저하고, 홍 선생님하고, 저기 앉아 계신 김영등 대표님하고 같이 경의선 공간에 대해 스케치를 해서 제안을 해본다거나 반계획적인 건데, 언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시각적으로 뭔가를 한다든지 해야 되지 않은가.

 

홍윤주 : 여기 혹시 공무원 계세요? (웃음) 제가 이런 관련된 민원을 나름 시간을 내서 몇 건을 올렸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똑같은 거예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거예요. 중간에 내용은 애매하고. 몇 번 당하고 보니까 별로 에너지 쏟아서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거 어떻게 해야 돼요? (웃음)

 

 

이광준 : 거의 한 시간이 돼서 다른 주제로 마지막으로 얘기를 드리자면, 전통시장을 (직업상)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 (사이트) ‘정직한 입면’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것을 되게 많이 봐요. 옛날 1960년대 집장사가 지었을 것 같은 얇은 벽체와 큐레이트로 만들어진 건물인데, 오랜 시간 되면서 간판도 달리고 하면서 나름 이상한 미감을 주는 게 있는데, 많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시는지? 생활자로서?

 

홍윤주 : 저는 솔직히 이걸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몇 개 다른 게 이런 식으로 아름답게 증축된 것은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얘는 그렇게 제 취향은 아니에요. (웃음) 그런데, 가끔 경이로울 때가 있어요. 어떻게 이런 공간에 이런 것을 만들었지? TV에서 아프리카의 흰개미가 지은 집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감탄하게 되는 이런 것처럼 건축 쪽을 집중해서 보다 보니까 경이로울 때가 있어요.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어떤 때는 사는 게 징글징글하다. (웃음) 그러니까 어떤 때는 그 풍경이 예뻐 보일 때가 있는데 어떤 때는 징그럽다. 저렇게 사람들이 밀집해가지고 아웅다웅 살려고 하는 게 징그러워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우리는 겉모습이 매끈한 피부로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피부가 벗겨진 사람의 형상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심장이 뛰고 있으니까 살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심장을 겉으로 드러내면 징그럽잖아요. 건물을 증축하고 이런 것. 보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되게 왔다 갔다 해요. 저 생명력이 대단하다, 신기하다, 경이롭다 하다가도 징그럽다. 우리 밥을 맛있게 먹다가도 먹어야 하는 순간에 가끔 밥을 꼭 먹어야 돼? 그럴 때 있잖아요. 그게 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광준 : 요즘에 저는 저런 공간들 보면, 내가 거기에 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대상화? 어떤 건축가들은 보면 70, 80년대 건물들이 건축적, 정치적 의미가 있으니까 보존해야 된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사는 분들을 재개발을 원하잖아요? 허름한 것들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세우자는 것이 주민들의 욕구인데, 그런 주민들의 의견이 저는 타당하다고 보거든요. 생활공간 측면에서 재개발의 문제점이 뭔지? 그리고 생활자에게 어떤 압력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 어떠신지?

 

홍윤주 : 개인적인 느낌은 사실 잘 몰라요. 내가 당해보지 않았으니깐. 답사를 다니긴 하지만 정말 경험하지 않으면 못 느낄 것 같고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렇게 낡은, 저렴한 공간이 없으면 도시에서 일을 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살 곳이 없어요. 그런 사회문제는 옛날부터 있었던 거고. 그리고 만약 이 일상예술창작센터 사무실 건물이 되게 번듯한 새 건물이었다면, (여기를 임대해서 들어올 수 있었을까요?) 모두 다 재개발 돼서 새 건물만 있다면, 이런 사회적인 일을 하는 단체나 그룹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건물의 연식이 다양할수록 좋은 것 같기는 해요. 그리도 그동안 재개발을 쭉 해왔는데 정작 그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다시 그 곳에서 살지 못한다는 통계는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더 이상 이건 안 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게 동네 가꾸기, 그런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정도. 저도 질문하면 안 돼요?

 

이광준 : 하세요. (웃음)

홍윤주 : <일상미학공감> 여기 임원이시죠?

이광준 : 일상미학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홍윤주 : 왜 연구원이 되셨어요? (웃음)

 

이광준 : 제가 미학을 공부하긴 했는데, 여러 가지 큐레이터로서, 문화기획자로서 활동을 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에 대해서 풍부하게 느끼고 하기보다는 뭐랄까 당위적인 것? 또는 지향적인 것 이런 것으로만 많이 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지금 일상미학연구소가 생긴 지 역사적으로 짧죠? 2년 정도?

 

최범 :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준비단계죠. (웃음)

 

이광준 : 네. 준비단계에서 일상성을 만드는 다양한 주제들을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됐고, 저는 공공 미술이나 커뮤니티 그런 영역에서 같이 합류하게 됐죠. 지금도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왜 홍 선생님 생각을 했냐면, 만나보면 건축가들 얘기가 너무 멋있어요.

 

홍윤주 : 저 안 멋있어요. (웃음)

 

이광준 : 보통 건축가들이 멋있는 말을 하는데 도통 그게 실제 만든 건축물하고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홍윤주 선생님 같은 경우 구체적인 공간에 대해 사회를 한다고 할 때, 과장되지도 않고 해서 <일상미학공감> 취지와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홍윤주 : 연구하시느라 일상을 즐기시지 못 하는 거 아니에요? (웃음)

 

이광준 : 저도 별로 공간을 스스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소한 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해 놓고, 노동도 많이 하지 않고,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사용하다 보니까 앞서 이태원의 X 씨처럼 뭔가 공간에서 일상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내 집 만들기

 

이광준 :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면, 저는 대지 200평에 단층집인데, 전망을 볼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어요. 100평은 텃밭이 있고, 공간도 처음부터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제가 스스로 지을 수 있도록 큰 골격 정도만 만들고. 이 정도 집을 지으려면 몇 년이 걸릴까요? (웃음)

 

홍윤주 : 혼자서? 혼자서 텃밭 만들고 집 짓고?

 

이광준 : 집은 제가 못 지을 것 같고, 건축가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아요. 지금부터 돈을 모아야 되겠죠. 그리고 좀 빠른 방법은 없는지?

 

홍윤주 : 제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저 건물 괜찮다 한 게 꽤 있어요. 물론 제가 살 집을 염두에 두고 봤죠. 그런데 저는 돈이 없으니까 가능하면 싼 집을 고르려고 노력하는데 되게 아까운 건물들이 많아요. 그게 또 서울이냐 교외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서울이면 그런 방법도 괜찮은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왠지 쌀 것 같은 건물을 찾으면서, 그러나 사람들이 못 보는 공간을 봐야 되죠. 돈은 없는데 사고 싶은 건 많고 이게 물욕을 넘어서 건물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그런 건물은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은 땅값이 천차만별이어서 얘기하기가 참 그래요.

 

이광준 : 한 달에 30만원씩 모아서 사면? (웃음)

 

홍윤주 : 그것은 뒤에서 얘기 하려고 준비를 해 놨는데 서울 집값 평균 가격이 4억 6천이에요. 그래서 매달 70만원씩 모아서 집을 사려면 55년이 걸려요. (웃음) 70만원씩 꼬박 꼬박 적금을. (웃음)

 

이광준 :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웃음)

 

홍윤주 : (슬픈 목소리로) 응. (웃음)

 

이광준 : 일단은 골목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집의 형태나 구조를 찜해 놓고, 70만원씩 모아서 55년을 모아서!

 

홍윤주 : 만약에 단독주택을 갖고 싶다면 얇거나 작게 들어선 건물이 있을 거예요. 그런 데는 개발이 쉽지 않거든요. 다른 대형 임대 건물 짓기도 힘들어요. 사선 제한이나 법적으로 규제가 많기 때문에. 그래서 그 건물은 그대로 있는 게 최선이에요. 만약에 부시고 새로 짓는다고 하면 주차 공간 내야죠, 법적 규제 맞춰야죠, 건물이 대폭 줄어들어요. 그래서 그 건물 있는 그대로 개보수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연식 있는 건물을 좋아하다보니까 그런 건물을 개보수할 생각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죠. 그러면 필지가 좁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주변의 대지보다 싸게 살 수 있고요. 그리고 건물은 허름하니까 더 건물 값을 많이 안 줘도 되니까 싸게 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그러니까 주변을 잘 눈 여겨 보세요. (웃음) 생각보다 꽤 괜찮은 건물이 드문드문 나오더라고요.

 

이광준 : 나중에 쉬고 난 뒤에 남은 다른 이야기들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부]

 

 

홍윤주 : (PPT를 보며)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예전에 싸이월드 유행했을 때가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옷이나 음식 관련된 사진은 많은데, 공간과 관련된 사진은 놀이공원이나 고급 레스토랑 사진 밖에 없고 자기 집이나 내 생활 공간에 대해 찍은 사진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된 건데요. 인간에게 필요한 것으로 의, 식, 주를 많이 얘기하잖아요. ‘패셔니스트’, ‘식도락가’라는 단어는 있는데 왜 공간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까 생각해 봤어요. 왜 없을까 생각을 해보니 옷이나 음식 이런 것에 비해서 집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하는 거죠. 아까도 얘기했지만, 2012년도 월평균 소득을 보면 380만원이고 지출이 310만원이에요. 그래서 70만원이 남는다고 쳐요. 여유 생활 하나도 안 하고 그것을 모아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55년이 걸린다는 거죠. 보통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이 다음에 내 집을 갖게 되면 그 때 꾸미고 살 테다 하는 거죠. 그러면 그 30년, 55년 동안에 현재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방치할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거죠. 정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집을 살 수 없게 되는 거죠. 이 즈음 저도 자료조사를 하던 중에 누가 트위터에 ‘너가 뭘 잘하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 너 부모가 뭘 하는지 중요한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와 닿더라고요.

 

 

일상과 광고

 

홍윤주 : 그리고 또 한 가지 돈에 관련된 건데 집이라는 것 자체가 상품이 되면서 집에서 하우스 푸어도 많이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집과 관련한 안락함보다 빚에 쫓기는 생활에 관한 것. 그리고 신문 자료에 보니까 부동산 계급을 6계급으로 나누어 놨더라고요. 자기가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는지 한 번 보세요. 여기서 4계급이 보증금 5천만원 이상이에요. 그런데, 4계급은 3계급으로 상승 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요. 그런데, 5계급은 (희망이) 없어요. 이런 판단을 통계적으로 내리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모여서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만약에 보증금이 2000만원씩 있어서 5계급정도 됐는데 3명이 모여서 갑자기 4계급으로 상승한다든가. (웃음) 우리 나라 주거비가 높기는 해요. 안정적인 주거 비율이 자기 소득의 10%래요. 그리고 돈의 문제도 있지만 또 한 가지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잖아요?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구멍 난 팬티는 입어도 구멍 난 바지는 입지 않잖아요? 그런데 구멍 난 팬티 입어 보셨어요? (웃음) 저는 입어 봤거든요. 뭔가 속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었을 때와 차이가 정말 많아요. (웃음) 다들 구멍 난 팬티 안 입어보셨나 봐요? (웃음)

이것은 되게 일반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거라 되풀이되고 지루해서 그렇지만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내 주변의 사소한 기억들이거든요. 내 주거 공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데, 중요한 것 같나요? (웃음)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나는 귀한 사람이라고 보이고 싶다는 욕망인 것 같아요. 광고는 내가 어떻게 해야 멋진 사람이 되는지 알려주거든요.남들이 갖지 못한 희소한 좋은 물건, 명품 백을 가지면 내가 이정도로 보이겠지? 그런 것 때문에 집도 잡지에 나오는 예쁜 집이어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것 같아요. 광고에 대해 계속 얘기했지만 좋고 나쁜 것, 천한 것, 귀한 것이 내 판단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광고가 가르쳐주는 대로 그대로 사는 건 아닌지.

또 광고 이야기인데 멋있는 광고들도 많잖아요? 이것은 일상에 관련된 책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건데, 모델들이 패션니스타처럼 입었는데 신문까지 들고 있어요. (웃음) 그럼 뭔가 마냥 노는 애들 같지 않고 지적으로도 보이는 것 같고. 이렇게 이미지화해서 이 옷을 입는 사람들은 이것과 동일시된다고 착각하는 효과를 주는 거죠. 우리가 보는 미의 기준들이 사실은 광고가 가르쳐준 것임을 저희가 인식은 하고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게 되죠. 사실 이들은 걸레를 걸쳐도 패션이 되더라고요. (웃음)

이 카피가 재미있더라고요. ‘내가 여기 살고, 내 후손이 여기 살아. 천년을 이어갈 뿌리 깊은 집’. 천년을 이어간대요. (웃음) 아마 여기에 오백년인가, 천 년된 소나무를 심어서 그럴 거예요. 그 나무 하나 심어놓고 이런 카피를 쓰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건축을 하지만 건축가들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면, 건축가들도 소비를 자극해서 가치를 생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속해있는 똑같은 장사꾼인 거예요. 건축가 그러면 작가로서 멋있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서 표현하는 건축가에 대한 글을 읽어 볼게요.) ‘현대 사회에서 유행을 선동하는 주요 행위자, 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강력한 위치, 유행을 선동하는 최신의 주택 설계와 부유층이 거주를옮길 수 있도록 유인하는’ 그런 사람. 최신의 주택 설계와 기술은 요즘으로 치면 생태 건축. 에너지절약형 건축. 이걸 또 상품화해서 파는 거죠. 그리고 또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을 위한 새로운 건축은 올해의 디자인과 같은 연례 행사를 열어서 판촉하고’. 이 글이 건축 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지리학 책에서 나온 거예요. 약간 개론서 같은 건데, ‘도시 사회 지리학의 이해’라는 책이거든요. 이 저자가 건축가들을 싫어하나 봐요. (웃음) 건축가들도 이런 이미지들을 팔아서 먹고 사는 거죠. 그런데 이것은 건축가뿐 만이 아닌 것 같아요.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죠. 누구를 더 멋있게 보거나 누구를 더 비루하게 보거나 이런 수준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령 건축가와 동네 떡볶이 아줌마를 생각하면 건축가가 더 중요한 직책이다? 왜냐하면, 지붕이 무너지면 사람이 죽기 때문에. 그렇다고 떡볶이 아줌마가 떡볶이를 잘 못 만들면 식중독 걸리거든요. 파급효과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이광준 : 떡볶이 아줌마와 식중독. 멋있는 말이네요. (웃음)

 

홍윤주 : 이 그림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이미지로, 광고를 믿지 말라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사람은 이영애 씨가 정말 자이에 사는 줄 알고 자이 홈페이지에 댓글을 달 정도로 광고의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더라고요. 아파트 광고하는 이 분들 다 아파트에 사는 거 아니고, 다 개인 주택에 사시거든요.

 

 

일상에서 공간 향유하기

 

(두 공간 사진을 보여주며) 이 이미지와 이 이미지에도 정말 커다란 차이가 있죠.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웃음) 그런데 부러워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데 부러워만 하고 도가 넘으면 문제인 거죠. 저도 가끔 부럽거든요. 그런데 부러워함이 강렬해지면 나는 망가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요, (한 사진은) 평범한 사람의 신혼집인데 주방에 자기가 시트지를 다 붙여서 사용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사진의) 이 공간 이미지 그대로 살려고 하면 아마 정신병 걸릴 거예요. 맨날 청소하고, 설거지해서 이렇게 식탁 세팅을 하려고 하면 생활에서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도 화분 키우는 것 좋아하지만 이 사진에서 보면, 천장에도 달려있고 난리거든요. 일일이 관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정말 돈이 많아서 곁에 항상 도우미를 두고 살지 않으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짧게 그냥 얘기를 하면, 내 공간을 즐기려면 어떻게 할까? 집에 잇는 그대로에 가서 내가 가서 몸만 끼워 사는 게 아니고 집을 나에게 맞게 뭔가를 해보자 그런 거거든요. 미적인 것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뭐가 좋은지, 불편한지 뭘 바꿨으면 좋겠는지 관찰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리 무생물이라도 방치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공간한테 뭘 바라지 말아야죠. 내가 공간에 뭘 붙였어요. 그러면 공간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조금씩 생길 거예요. 저는 뭔가를 해야 그 공간도 나한테 뭘 준다는 생각을 하고 이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하다 못해 강아지도 길 가다가 영역 표시하잖아요? (웃음)

그래서 제가 가볍게 한 것은, 샤워실이 되게 우중충한데 원색의 칼라가 들어가니까 상쇄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빨간 비닐 샤워 커텐을 달았고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꽃무늬 슬리퍼를 다이소에서 3,000원에 득템해서 신고 다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 이것은 제가 어렸을 때 엄마 집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꽃무늬인데, 엄마가 안 쓰길래 예뻐서 가져와서 이불 침대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이거는 친구가 인도 여행 갔다가 귀걸이를 선물해 줬는데, 제가 금속 알러지가 있어요. 그래서 구석에 있던 것을 땡기면 불 켜지는 곳에 걸었더니 봐 줄만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것은 원래 파란돼지인데 하얀 돼지로 칠했어요. 깔맞춤 하려고. 파란색이 들어가면 왠지 간지가 안 날 것 같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작게 영역표시를 하고, 가끔 친구를 초대하세요. 너무 혼자 공간에 있으면 퍼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친구를 초대하면 조금 더 치우게 되고, 친구들이 오니까 예쁘게 보이려고 뭔가를 하잖아요.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사한 집을 고치는 과정인데요. 이번에 이사한 집을 고칠 때는 전문가를 안 썼어요. D.I.Y 사이트 뒤져가지고 물어보면서 재료 선택해서 집을 고치는 테스트 겸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 집이 여기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를 가지고 있는데, 조그만 창으로 이게 보이는 거거든요. 이 집주인 할머니가 이 옆집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사할 때 내가 여기 벽을 터서 마당으로 쓰겠다고 사전 허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나무 판을 뜯어 냈어요. 망치 뒷부분으로 하면 쉽게 뜯어져요. 창틀 같은 것도 실리콘을 칼로 싹 뜯으면 금방 뜯어지거든요. 그리고 이 벽을 제가 해머망치를 동네 철물점에서 사다 뜯었는데 잘 뜯어지더라고요. 그 통쾌한. (웃음) 그래서 아까 그 허문 벽에서 나온 벽돌을바닥에 깔았어요. 주워 온 것도 있고 그래서 울퉁불퉁해요. 울퉁불퉁한 이 손 맛이 좋지 않나요? 아까 그 조그만 창 있는 부분을 통 창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흙바닥이니까 진창이 돼서 나무를 깔았는데 이 나무는 흔히 쓰는 싸구려 각재거든요. 그것을 사다가 자투리도 연결해가지고 이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벽을 다 허문 게 보기 싫어서, 길에서 주워 온 옛날 나무로 여기를 막았어요. 그래서 여기는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되게 좁아서 테이블 작은 거 넣으면 끝인데 이 마당 하나 있는 게 저희 집의 자랑입니다.

집 고칠 때 오래된 집에 벽지 붙여 있는 것을 보면, 실크벽지는 양 끝에만 풀을 발라서 붙이는데 종이벽지는 전체에 다 풀을 발라 붙여요. 그런데 월세 주거나 하는 집은 다 종이 벽지예요. 이게 뜯기가 되게 힘들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벽지를 뜯을 생각을 못 해요. 너무 힘든 작업이니까. 그런데 보통 벽지를 바르는 이유가 곰팡이가 슬어서. 곰팡이가 해결되지 않은 채 덧바르니까 그 안에서 계속 썩어요. 통풍도 안 되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계속 부패되면서 냄새가 나죠. 그래서 오래 된 집에 가면 쾌쾌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이 벽지를 7, 8겹인가 뜯었어요. 이 집 고치는 과정 중에 벽지 고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런데 벽지를 다 뜯고 나서 보니까 이 집의 허름한 상태가 심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사이트 검색을 하고, 후기 읽어보고 선택해서 이 허물어진 것을 이렇게 좀 막았고요. 그래서 저희 집에 벽지를 뜯고 페인트를 칠하고, 나무창문이었는데 창문이 작아서 한 통으로 유리를 하고, 싱크대도 여기 색깔 다르고, 저기색깔 다르고 싱크대문짝도 주문을 하면 크기를 다 잘라주고 경첩 다는 홈도 뚫어주고. 원자재 값에 조금 플러스 되긴 하는데 가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나사질만 하면 돼요.

그래서 이런 집고치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2010년도에 ‘홍반장’이라는 프로젝트 했었어요. 그 때부터 홍반장이 제 별명이 되어 버렸어요. 일당 10만원. 이게 입에 딱 붙잖아요. 한달에 주5일로 하면 200만원 벌겠더라고요. 넉넉하다 생각했는데 망한 게, 맨날 일이 없어요. (웃음) 목수 분들이 일당을 보통 20~25만원 받으세요. 그런데 3시간 일해도, 5시간 일해도 25만원이에요. 이유가 있어요. 일이 매일 없기 때문에 그런 비용을 받는 거고, 그래서 여러분들이 만약에 목수 분들을 쓰실 때, 시간 분배를 잘 하셔야 돼요. 예를 들어, 총 8시간 할 일인데 이 날 쓰고, 저 날 쓰면 50만원이 나가는 거잖아요? 하루에 몰아서 하는 방법으로 계획들을 짜는 게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거든요. 비용을 줄여주는일. 그런 계산들이 머리에 미리 서니까. 그런데 아까 제가 손으로 망치 부스고 하는 게 사실은 혼자서는 못 해요. 망치를 부스고 천천히 하면 하긴 하는데 벽지 벗기는 일은 3명이서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목공 기술을 배웠다거나 그러지 않았거든요. 저도 맨날 테이블에서 설계만 했으니까이 현장에서는 대충 목수인 거죠.그러니까 나 이거 하려면 어디 가서 뭘 배워야 돼. 이런 생각 갖지 마시고요, 일단, 부딪혀 보세요. 그리고 한 번 고친 경험이 있으면 그 다음에 겁이 없어지거든요.

 

이광준 : 그래서 월세는 얼마인가요? (웃음)

 

홍윤주 : 저 이 마당 있는 집을 서울에서 월세 30만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광준 : 이태원 쪽이라서 올라가는 추세인 거죠?

 

홍윤주 : 아니요. 사실은 다 외국인 빌라인데, 거기만 섬처럼 남아 있어요. 되게 조용해요. 산사 같아요.

 

이광준 : 만드는 것 까지 아이디어나 방법을 얘기해주셨는데, 앞에서 대담 식으로 얘기하면서 질문 드렸던 것처럼 편하게 20~30분정도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그러면 보시면서 사소한 것 질문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공간에 대한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건축가와 사회

 

이선영 (활동가) : 질문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자기 공간을 갖는데 사서 하는 것보다 재활용을 해서 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 질문은 좀 큰 질문인데요. ‘진짜공간’을 생각해 볼 때, 생활하는 사람들의 자율성을 고려한? 그러니까 아파트처럼 획일적으로 삶의 공간을 규정해 주는 게 아니라 생활하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진짜 공간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사실 서울만 보더라도 아까 재개발 얘기가 나왔지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율성을 누릴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뉴타운 철거민들. 경관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다 밀어버리거나 그리고 작년에 G20 정상회의를 한다고 가로변에 있는 노점상들을 다 더럽다고 밀어버렸어요. 그런 것처럼 어떤 개인들이 하고 싶어도 누리지 못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주거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고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엄청 큰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진짜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그냥 좀 의식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일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큰 구조를 고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홍윤주 : 자기 공간을 재활용해서 하는 것은 일단, 저희 집 의자는 다 주워 온 거예요. 컴퓨터 할 때 쓰는 바퀴 달린 의자만 빼고. 그리고 하다 못해 장도 주워다 쓰고 있는 상황이고요. 폐목재를 갖다가 한다는 것은 아직은 (시도해 보고 있지 않아요). 아까 데크 깐 것도 쓰고 쓰고 남은 것 박은 거 그 정도 수준에서 (재활용을) 했어요. 재활용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더 많이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그 정도인 것 같고.

그리고 자율성에 대한 사회문제. 보통 직업윤리, 사회적 책임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저는 ‘진짜공간’에서 오래된 집을 고치는 작업 한 게, 남들은 생태, 친환경, 에너지 절약한다고 공부하는데 저는 집주인과 상관없이, 집이 아무리 허술해도… 전기세가 10,20만원 나오는 건 고스란히 오래된 건물에 사는 세입자가 감당해야 되잖아요? 굉장히 비합리적인 거거든요. 월세는 20만원인데 전기세 10만원 넘게 나오는 이런 집인 거죠. 그런 약자들을 생각하고 생태건축을 공부했어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제가 이사 갈 때마다 오래된 집을 고치고 나오는 거잖아요. 그러면 제가 이사를 많이 할 때마다 집이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라는 그런 것도 있고. (웃음)

어느 정도의 책임감이 제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책임감에 눌려서 살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가령, 제가 굉장히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누가 저한테 와서 힘든 얘기를 해요. 그러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위로를 해줄 수 없어요. 그런 상황이 되더라고요. 제가 즐거움이 있어야 남을 도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광준 : 주거권 이런 것에 대해서 보통 예술가들도 보면 사회적인 발언을 하잖아요? 그런 경우가 많이 있나요? 제가 보기에 건축가들은 그런 경우가 드문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건축가가 그런 일에 자꾸 개입하면 누가 발주를 안 하거나 건축사무소에 들어가기 어려워져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가요? 아니면 사회적 관심이 다른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에 비해 적어서 그런 건가요?

 

홍윤주 : 집단적으로 물어보면 일반화되는 거라서 (대답하기) 참 곤란한 것 같아요. 가령, 정기용 건축가는 시골 같은데 가서 마을회관 목욕탕 만드는 프로젝트라든가 그런 거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양할 것 같아요.

 

이광준 : 그럼, 지금 살고 계시는 집에서는 언제 나가실 예정이에요? (웃음)

홍윤주 : 1년 남았어요, 1년 (웃음)

이광준 : 자주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웃음)

 

홍윤주 : (질문한 사람에게) 그런데, 어떤 일을 하세요?

이선영 : 학생인데요.

홍윤주 : 어떤 과예요?

이선영 : 사회학과.

홍윤주 : 사회학과 필요해요! (웃음)

 

 

 

 

○○ : 손때 묻은 장난감이나 이런 것들이 저희 집에 많이 있는데, 버리는 노하우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런데 버리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오래됐어도 그 물건이 다 추억이 되는데, 버려버리면 추억도 없어져 버리고, 그런데 놔두면 구질구질해지고. 그걸 어떻게 선별해서 버려야 할까요? 어떤 건 버리고, 어떤 건 남겨두고 해야 하는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홍윤주 : 일단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면 물질이 나가는 것 외에도 본인의 스트레스 쌓여간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선별하는 것을 제가 선별할 수는 없고, (웃음) 보통 옷 같은 경우 몇 년 안 입는 것 과감하게 버리라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옷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내 추억인 거라 어떻게 선별해야 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질문자 : 지금 창고가 점점 터져 나가려는 상태예요. (웃음)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 같은 것 언젠가 볼 것 같고, 왠지 이게 계속 고전적인 게 계속 이어져 나갈 것 같고, 그런데 창고 공간이 한정적이니까.

 

다른 참여자 : 그런 건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시는 것이… (웃음) 조언을 들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이광준 :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개인과 공공 빼고 공유지대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국가나 행정이나 동사무소나 문화기반 시설이나 이런 거 말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집 말고 공유지대가 다른 사회에 비해 적은 것 아닌가. 저도 책 때문에 이사를 못 가고 있어요. 책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인생의 짐이라는 생각이 들 더 라고요. 일단 이삿집 아저씨가 되게 싫어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에 공유도서관 무브먼트를 해볼까?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사회적인 이유도 있는데, 그런 것 있잖아요? 버리기에는 아쉽고, 그렇다고 헌책방에 기부하거나 팔자니 나한테서 없어지는 거니까 그렇고, 그랬을 때,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몇 모아서 공유도서관을 만들게 되면,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는 것이 되는 거고. 꼭 책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아까 해머를 샀다고 했잖아요. 그러고 나서 또 쓰신 적 있으세요?

 

홍윤주 : 말뚝 박을 때. (웃음)

 

이광준 : 그렇게 큰 도구들은 한, 두 번 쓰고 안 쓰잖아요? 그런 것들을 모아서 쓸 수 있는 공유지대도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사회적 방법이 아닐까.

 

홍윤주 : 그것을 못 버리시는 게 나중에 대단한 가치가될 것 같아서 못 버리시는 거예요?

질문자 : 그것을 보면 비싸진 않더라도 작은 거라도 추억이 되고, 나중에 남을 것 같아서.

홍윤주 : 매일 매일 보시진 않으시죠?

질문자 : 매일 매일 보진 않는데 가끔 보면 예전에 어렸을 때 기억이 나면서 좋은 느낌을 가지잖아요? 놔두길 잘했다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못 버리겠더라고요.

 

홍운주 : 책 중에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가 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 한 번 읽어보세요. (웃음)

 

최범 : 옛날 집에는 다락방이나 지하실 같은 공간이 있어서 저도 어릴 때 다락방 올라가서 할머니 물건 같은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일반화되면서, 한국 사회가 기억을 잃었다. 옛날 물건을 둘 때가 없다. 이사 몇 번 가면은 할아버지 뿐 아니라 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도 없어지더라.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어요. 미국이나 일본만 하더라도, 미국에 가면 차고(garage), 남자들의 로망이죠. 퇴근하고 거기 박혀서 자기 어릴 때 타던 스케이트보드도 있고, 이런 어떤 인간의 장소, 동굴과도 같은, 자궁과도 같은. 일본사람만 본다고 하더라도, 일본식 벽장이라고 하죠? 숨어있는 공간, 동굴, 이런 게 있어서 꼼지락 거리는 게 가능해야 되는데 한국 사회는 그런 공간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오늘 한국 주택은 부동산 같은 거라도 하더라도 다 평형으로 환산되서, 밝혀지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거나 숨겨져 있는 공간 이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게 되죠.

 

이광준 : 창고를 전시장으로 만드시는 건?

 

최범 : 그거랑은 (제가 말한 내용과) 다른 내용인 것 같아요. 아파트라는 공간에 우리가 숨어있거나 기어 들어가서 꼼지락 거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거죠. 저만 해도 어렸을 때 심심하면 다락방에 기어 들어갔고, 시간 여행이 가능했거든요. 어떤 면에서 일상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아파트에서는 전혀 불가능하죠.

 

김영등 : 집 앞에서 벼룩시장하세요. (웃음)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눠주든지, 판매하든지 해서 추억을 공유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최범 : 벼룩시장을 이용해서 추억을 순환시킨다고 할까? 또는 전혀 반대로 창고 형태 벼룩시장도 있을 수 있다. 보관해놓는.

 

질문자 : 아파트 같은 동끼리는 벼룩시장을 하기도 해요.

 

 

일상에 근거하기

 

최범 : 이광준 선생님 말씀하신 공유공간이 사실 공간 이전의 사람들 마인드 문제예요. 우리 마음속의 창고가 없으면 그런 것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돌아이 같은 짓을 (웃음) 하는 사람들이 자꾸 있어야 돼요.

말씀 잘 들었고요, 저는 디자인평론하는 최범이라고 합니다. 이광준 선생이랑 같이 일상미학연구소 연구원이에요. 오늘 마침 마지막이기도 해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일상미학공감>이 일상미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작가를 한 명씩 추천을 해서 짠 것이거든요. 저도 한 사람씩 추천을 했는데, 이광준 선생님이 제일 늦게 (순서가 됐습니다.) 마치 마지못해 하는 듯이, (웃음) 다른 사람들 다 하고 마지막에 하게 됐어요. 그리고 추천한 사람이 홍윤주라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이고 제가 모르는 분이니까 솔직히 의구심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하지만 오기 전에 블로그도 둘러보고 오늘 말씀 듣고 하니, 이광준 연구원이 진짜 <일상미학공감>의 취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 듣고 느낀 게, 홍윤주 씨가 제가 보기에는 리얼리스트예요. 현실주의자예요. 현실주의자라고 하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텐데요. 소위 한국 문학사를 아시는 분이라면, 1980년대에 우리 한국 사회에 커다란 변혁과정이 있을 때 리얼리즘이니 하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의 리얼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이념적인 것, 막스에 기초한 무겁고 거시적이고 관념적인 측면이 있었어요. 여기서 제가 말할 때의 리얼리스트라는 것은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리얼리즘은 일상에 근거하는 것. 그러니까 홍윤주 선생처럼 일상에 근거해서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하고요. 제가 일상미학이라고 하는 것을 다른 말로 할 때도, 지금 말씀드린 의미에서의 리얼리즘 이라고 표현합니다. 현실에 기반에 접근하는 그대가 정말 리얼리스트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제목도 ‘진짜공간’인데, 그것을 영어로 하면, ‘Real Space’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Real Estate라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는 Real Estate는 있지만 Real Space는 없죠. 그런 면에서 볼 때 홍윤주 씨가 공간에 대해 생각하시는 것이 저와 생각이 같으세요. 다만 이런 거죠. 아까 건축계의 현실도 많이 이야기 하셨지만, 일상에서부터 우리의 공간, 쾌락, 사유 이런 것이 출발해야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흔히 말해서 한국 사회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고 말합니다. 소위 말하면 서구, 외부로부터 들어온 것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 세상의 어떠한 사회도 현실과 이상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심하게 괴리되어 있는 사회도 또 없어요. 그 간극을 좁혀야 돼요. 좁혀야 하는데, 인식(이상)에 현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인식을 맞춰야 돼요. 하강을 좀 해야 돼요. 그런데 그게 온당하다고 볼 때 우리 현실은 대단히 비관적이죠. 홍윤주 씨가 삶을 10번을 되풀이해도 좁혀지지 않아질 거라고 생각을 해요. 워낙에 심각하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옮으니까. 다만 이왕 할 거면, 좀 즐겁게 하자, 덜 상처받자 그런 것이에요.

현실과 이상의 관계를 얘기하다 보니 생각나는 것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릴게요. 조선시대 회화 산수화를 가리켜서 관념 산수화, 진경 산수화로 구분해서 이야기합니다. 조선시대의 관념 산수화라고 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이상화된 양식을 가리킵니다. 조선에는 그런 산수가 없어요. 그리고 나중에 18, 19세기 되면서 조선의 풍경을 그리는 진경 산수화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조선의 수 백년 역사 중의 조선 후기나 가야지 자기 땅을 눈으로 보는 리얼리즘 회화가 탄생한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조선의 땅을 그리지 않고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것을 그렸다는 거예요. 우리가 현실을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관념 산수화라고 불렀던 것, 중국인들의 이상화된 산수 모습을 그린 양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중국의 장각이나 한산에 가 봤더니, 진짜 그런 산수가 있더라는 거예요. 우리가 옛날에 관념이라고 생각 했던 게 착각이더라는 거죠. 중국인들은 실제 자신들의 풍경을 그렸던 거예요.

제 얘기는, 서구의 건축 이런 것들이 온전하지는 않더라도 자신들의 뿌리가 있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이상화해서 받아들인다는 거죠. 우리나라 예식장이나 모텔 양식들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상화되어 있는 건데 서양 사람들한테는 풍토와 기후 조건 등에서 나온 현실적인 건축이라고 말할 수가 있어요. 즉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걔네들한테도 이상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스위스의 알프스 풍경이 걔네들한테는 일상적인 것이에요. 우리한테는 낭만이지만.

제 얘기는, 우리는 우리의 풍경을 찾아야 된다. 맨 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리얼리즘을 찾아야 된다는 겁니다. 무지무지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 말고 지금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공간을 사랑하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고요, 그렇다고 일상에 매달리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이야기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현실이라서. 그것이 궁극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지만 다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옷, 음식이 현재 나에게 지배적이고 중요하다는 겁니다. 목표나 도달, 이상향이라는 차원이라는 것이 아니고, 인식과 현실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상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미학연구소가 생각하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 말씀은 그래서 (오늘 포럼이) 굉장히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웃음)

 

홍윤주 : 고맙습니다.

 

 

함께 가꾸기

 

염수진 (활동가) : 저는 진로상담을 좀 할게요. (웃음) 개인적이기도 한데, 유익할 것 같기도 하고, 건축가에 대한 변명이라고 할까요? 저는 지금 여기서 자원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고요. 4년째 건축 공부 중이고, 1년 휴학을 하고 있어요. 제 공부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건, 너무 괴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먹는 것, 입는 것 만큼 공간도 일상인데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하고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훈련받지 않거든요? 교육받지 않잖아요. 최소한 미술은 재료에 대해 배우고 하는데 아무도 건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간이라는 것이) 포장되는 것도 분명 있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저희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 그리는 사람 보면 재밌겠다, 돌아이 같다, 재미있겠다, 독특하다고 생각하는데, “건축가 누구에요.” 라고 말하면, 저 사람 되게 어렵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제 주변 사람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동기, 선생님들도 몇 분은 우리 이제 허세 좀 그만 떨고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공간에 대해 말하자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 주변은.

아까 집장사 얘기도 마찬가지인데 대한민국이 너무 빨리 발전했고, 집이 많이 생겼어야 했고, 공간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었죠. 사람들이 옷이나 음식에 대해서는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이게 어떤 게 좋은 거고, 나쁜 거고,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상대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는 있지만, 집이라는 것은 지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공간을 바꾸는 데는 어마어마한 과정이 따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문제도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동시에, 아까 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건데, 건축은 순수예술이 아니잖아요. 자본과 권력의 노예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공부하면서 느낀 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법을 따라야 하고, 건축주가 싫다면 바꿔야 되고.

그래서 제 주변에는 그것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교수님들, 뜻있는 건축가들은 그런 문화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을 해요, 변명이긴 하지만. (웃음) 여태까지 사람들의 인식도 그런 거잖아요? “내 집에는 다락이 있고, 마당도 있어.” 이렇게 말하기보다 “대치동 살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죠. 사람들이 여태까지는 집은 부동산이었고, 거기에 건축가들이 기득권을 갖기 위해 일부러 아는 척을 하는 거죠. 사실은 되게 당연한 것들인데, 있어 보이게 이야기하고 그런 게 되게 (저희는) 싫은 거예요. 정말 일상적인 것들인데, 건축가들이라고 하면 뭔가 알 것 같고. 아까도 말씀하셨는데 잡지 같은 것들은 엄청나게 보정된 거잖아요? 그냥 순수하게 날 것으로 들어가는 것은 별로 없어요. 이상한 별의별 것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것 만들어서 넣고, 마치 뭐라도 되는 양 하는 건 건축가들이 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했다는 생각 밖에 저는 안 들거든요. 그런데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게 저희 세대,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 고민인 거죠. 나는 권력에 귀속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되지? 소규모 아뜰리에 들어가서 나는 예술작품을 할 거야 그런 거 아니잖아요. 어떻게 해야 이 대한민국의 건축 문화가 친근해지고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많이 갖게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광준 : 아까 누가 농담으로 그랬잖아요. ‘건축가개론’에 진짜 건축가들은 안 나온다고. (웃음) 고민하는 건축가에게 (도움이 될 만할 대답을 해 주시다면?) 일상에 대한 고민? 그런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 거잖아요? 비판적으로 생각은 많이 하지만 한계를 느끼면서 어떤 변화를 어떻게 해볼까 시작하는 측면에서…

 

홍윤주 : 저는 회사를 다녔어요. 그런데 대형 건축 사무실에 가면 다 분화가 되어 있어서 정말 그 분야만 알게 돼요. 그런데 작은 사무실 가게 되면 통으로 다 하게 되니까. 자기가 빨리 독립하려면 작은 데 가서 빨리 겪고 나오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대형이라고 해서 편하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사무실 다닐 거라면 공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작은 데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바로 현장으로 가실 수도 있어요. 요즘 집짓기 프로그램 되게 많잖아요. 그리고 지금 정부에서 발표는 안 났지만 사람들이 일상을 찾고

이러기 시작한 게 저성장 시대가 돼서 그런 것 같거든요? 옛날에는 막 빨리빨리 이러다가 천천히 가게 되니까 뭔가 큰 일도 없고 그러니까 일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유럽에 젊은 건축가들은 평생에 건물 한번 지을까 말까 한 대요. 우리나라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건축가들이 좀 말랑말랑해진 것도 있지만, 건축 외 다른 프로젝트를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공공미술도 하고, 전시도 하고, 건축 말고도 조형 작업들도 많이 하고. 건축이 꼭 건물 짓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니까 적성에 맞는 일 찾아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활동가로) 계시니까 기획일이 맞으시면 기획으로 가셔도 되고, 전공이 사라지지는 않잖아요. 내가 배운 게. 보는 눈도 생겼을 거고. 그리고 진로는 제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웃음)

 

질문자 : 이 바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저 뿐만 아니라 같은 세대 주위에 많고, 그리고 요즘에 또 땅콩집 이런 것처럼 흐름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떻게 이 바닥을 가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광준 : 예전에는 건축가들도 어떤 동일한 지향성을 갖는 모임들이 꽤 있었잖아요? 그런데 90년대 지나면서 그런 게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 정보교환 커뮤니티 같은 것은 있는데 5, 10년 지나면서 같이 고민하면서 발전하는 그런 게 없어졌는데, 최근에 뭔가 꿈을 꾸게 만들어주려는 그런 흐름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건축가들, 전통시장 쪽에서 봤는데, 남세용 씨라는 분인데, 건축하고 공간 잡지에 있다가 그걸 때려치우고 나와서, 지금 다른 어떤 것보다도 기획이라는 것을 흡수하고 그러면서 건축물 하나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분석하는 그런 식으로 점점 발전해 나가더라고요. 좀 더 그런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커뮤니티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도…

 

최범 : 요즘 멘토의 시대라고 하는데, 건축도 그렇고, 모든 분야에서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요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한 적절한 답을 주는 사람도 없고, 멘토? 정확히 말하면 역할모델, 옛날의 역할모델이 더 이상 반복되기 힘들고. 새로운 역할 모델이 나와 줘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학습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주면 좋겠다. 오늘 홍윤주 씨 같은 분도 그런 분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조금 약간 선배, 기성세대들의 역할이 옛날 운동할 때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가장 좋은 건 다양한 메뉴들을 (보여주는 것.) 건축 전공했으면,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다. 다양한 역할 모델들을 빨리 발굴해서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 세대들의 요구는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껴요.

 

홍윤주 :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이광준 : 뭔가 비법을 얘기해주실 것 같은…

 

홍윤주 : 아니, 아니에요. (웃음) 저는 건축과를 다녔고 건축을 여태까지 했는데, 요즘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건축을 배웠으니까 왠지 건축을 해야 될 것 같고, 그리고 제가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제가 사는 집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돈도 없는데 설계도 해보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꼭 건축이 아니어도 되겠다는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엔가 드는 거예요. 내가 여태까지 배웠고 막연히 전공이니까 해 왔을 수도 있겠다는 그 지점까지 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저는 젊은 친구들한테 되게 많은 걸 얻거든요. 재기발랄을 넘어서 반항도 아닌 약간 그런 게 있어요. 가끔 특강이나 강의를 들으면, 되게 나이 든 교수님이 스마트폰 쓰는 학생들한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듯한 강의를 접할 때가 종종 있어요. 이미 어린 친구들은 체화되어서 자연스럽게 아는데 이 교수님은 책을 통해 하나씩 배워야 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굶어죽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이광준 : 이런 비법은 처음 들었어요. 굶어 죽지는 않다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질문 : 사소한 질문을 조금 드리려고 하는데요. 저도 건축 설계를 하고 있는데, 말씀하신대로 지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저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말씀하신 대로 자기 집 변화부터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혹시 지금 집 고치시는데 얼마가 드셨는지? (웃음)

 

홍윤주 : 아, 그거요? 150~200만원 정도?

 

질문자 : 저도 사실 전세 살고 그렇지만, 전세, 월세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집 고친다는 자체도 예를 들어 2,000만원 이하의 집에 사는 데 100만원 들여 집을 고치기가 부담스러운 게 생기잖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재활용도 하게 되고. 발견도 다시 하게 되는데, 아까 말씀하신 재활용하는 방법 이런 것도 좋은 얘깃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렇게 바꾸었는데 이렇게 좋더라고 설명해주는 방법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실제로 고쳐 쓰시면서 좋았던 점들을 얘기해주시면, 또 여러 가지 자극이 퍼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경험들을 말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윤주 : 원래 월세 30만원인 되게 허름한 집을 제가 돈을 조금 들여서 이렇게 바꾸었더니 어떻게 보면 월세 40이 된 경우잖아요? 그리고 일단은 제가 뚝딱거리는 것을 좋아하나 봐요. 그리고 저의 건축가 특성상 실험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남의 집에 가서 가끔 할 때도 있지만 (웃음) 막 할 수는 없잖아요. 몇 가지의 경우가 있는 거예요. 내가 내 공간을 마음대로 들게 고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여기서 이 재료, 저 재료 써보고 나중에 누군가가 그 (정보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실험을 하는 거예요. 좋죠. 공간을 나한테 맞게 고친다는 게. 그리고 이게 허름한 집으로 이사 가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거예요. 막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되게 번듯한 신축 원룸 들어가서, 벽지도 새 건데 칠해 봐요. 집주인이 싫어할 거예요. 그런데 벽지 울퉁불퉁하고 찢겨져 있고, 집이 허름하니까 내가 뭘 하면 집주인이 더 좋아하고. (웃음)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집을 찾아다니는.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아요. 사실은 돈의 액수에 맞춰서 가는 거예요.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랬지?

 

이광준 : 고치고 난 뒤에 정서적인, 심리적인 변화? 효과?

 

질문자 : 네, 그렇죠. (저희는) 고친 뒤 사진만 보고서 그냥 좋다 이런 느낌으로만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런 기억을 공유하게 되고 그러면 좀 더 의미가 보태어지지 않을까.

 

홍윤주 : 고치면 공간에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 취향이고 내가 만든 것이고. 내가 했던 그 수고 과정들과 정성을 들였다는 것? 그런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질문자 : 저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봤는데, 그렇더라고요. 비용과 노력, 시간 이런 것을 생각하면, 고민되다가도 최종적으로 드는 생각은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게 가구 옮겨보는 것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

 

홍윤주 : 맞아요. 그거 되게 중요해요.

 

질문자 : 책상위지, 침대위치 한 번만 바꿔 보는 그런 것에서부터 그 공간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질문은,) 저도 공간에 대한 비슷한 공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운영하시는 ‘진짜공간’의 전반적인 취지나 의미 등이 느낌 상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실제로 그 말을 만들어낸 취지가 어떻게 되시는지?

 

홍윤주 : ‘진짜공간’이라는 단어요?

 

질문자 : 네. 물어보고 싶었어요.

 

홍윤주 : 사실은 제가 건축가잖아요. 건축으로 국내에 제일 많이 알려진 잡지가 ‘공간’이라는 잡지인데요. 그 잡지를 꼭 꼬집어내서 그런 건 아닌데 대표적인 건축 잡지잖아요? 건축 잡지나 다른 인테리어 잡지들이 이미지화된 작업들을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진짜’라는 단어를 붙여 보았어요. 거기에 유래됐어요. (웃음)

 

 

 

 

질문 : 저는 인쇄매체에 나오는 그림을 그리는데요. 지금 집이랑 작업실이 먼 거예요. 그래서 내년에 거주공간이랑 합칠 계획이 있어요. 제가 이번 연도에 망원동에 작업실을 처음 구하면서 부동산 아줌마를 정말 믿은 거예요. 여기 지하는 보통 지하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들어갔다가 (웃음) 곰팡이에 그림이 난리가 난 거예요. 처음으로 제 돈으로 제 공간을 만들고 생활해 보니까 공간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됐어요. 공간이 짜증나니까 안 가게 되고, 그림을 안 그리게 되고. (웃음) 내년에는 기필코 공간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어요. 이제 1월에 알아봐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집을 구해서 쓰는 게 좋을지, 부동산을 갔더니 집을 구하는지, 상가건물을 구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상가건물을 개조해서 거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인지, 공간을 잘 고를 수 있는 팁 같은 것이 있을까?

 

이광준 : 우선 앞서 한 답에서 제가 모방해서 답변해드리자면, 가장 안 좋은 집을 골라라. 그리고 그걸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정답인 것 같은데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웃음)

 

질문자 : 이를테면 습기라든가 뭔가 잡을 수 없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제가 1, 2년 안에 고치기 힘든.

 

홍윤주 : 그것은 육안으로 딱 봐도 이 건물의 앞, 뒤, 양 측 건물이 들어서 있는가(로 확인해 볼 수 있어요. 건물이) 들어서 있으면 환기가 안 될 것 아니에요?

 

질문자 : 아, 그렇군요. (웃음) 양쪽에 창문은 다 있거든요.

 

홍윤주 : 창문이 있어도 바람이 안 들어 올 테니까 환기가 안 될 것이고. 정확하게 본인이 남측방향이 어딘지 알면 좋은데, 낮에 가서 해가 잘 드는지 (확인해 보세요). 일단, 채광이랑 환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만 일단 통과해도. 네.

 

이광준 : 그러면 집이 괜찮아요? 일반 상가를 짐 겸 작업실 사용하는 게 좋아요?

 

홍윤주 : 저는 일단 가까운 거리라도 분리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경험상, 작업실이랑 집이랑, 퍼져 있는 데랑 열정을 쏟는 곳이랑 혼선이 되면, 사람이 멍해지는 약간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막 마감에 임박할 때만 쨍하고 평상시에는 멍. (웃음)

 

질문자 : 공간을 두 개 운영하려면 돈이 따로 드니까 합치려는 취지가 있는데요.

 

홍윤주 : 합치려면 칸막이를 치세요. (웃음) 상가건물은 주거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김영등 : 젊으면 저는 같이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젊을 때는 지하에서도 1년 이상 살았는데 30대 중, 후반을 넘어서 부터는 생활환경에 따라 작업에 작용을 많이 받더라고요. 결국 2가지 만족시키려면 돈이 많으셔야 되고요.

 

질문자 : 돈이 없어요. (웃음)

 

이광준 : 이런 것도 방법인 것 같은데요. 일상예술창작센터 사무공간 같은 이런 공간을 6명 정도가 공동 주거를 한다. 물론 홍대 쪽에 이런 건물이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공동 주거를 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경제적, 공간적 측면에서도도 그렇고. 물론 정서적 측면은 흑과 백인데, 싸울 수도 있고. (웃음)

 

김영등 :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아는 음악 하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큰 양옥인데, 되게 낡았나 봐요. 그게 1억에 80인가 되는데 6명이 같이 뭐 좀 고치고 리모델링해서 7, 8천에 백만원으로 해서 같이 산대요. 보면, 1층, 2층, 반 지하이고. 6명이 같이 살고, 작업 공간도 있고. 1인당 따지면, 1천에 20도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서울에서 환상인 거죠. 10년 전 쯤 물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광준 : 네. 공동 주거할 때는 고치기 좋아하는 건축가를 한 명 껴서 하면… (웃음)

 

홍윤주 : 괜찮다. (웃음)

 

 

 

 

이광준 : 시간이 늦어져서요. 아까 최범 선생님께서도 이야기하셨지만, 현실과 인식에서 현실 안에서 즐겁게 변화를 하면서 인식의 간극을 낮춰가면서 자신만의 어떤 일상미학, 철학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내용과 소스들을 홍 선생님이 또 ‘진짜공간’에 많이 올리실 것이라고 기대하고요, 오늘 3시간동안 수고하신 홍 선생님을 위해서 박수를… (박수)

 

신문자 : 네. 앞서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이 <일상미학공감> 마지막 시간이에요. 지금까지 계속 몇 번 와주신 분들, 오늘 처음 오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계속 활동 하는 것들을 저희 커뮤니티에 계속 홍보하도록 할게요. 앞으로도 많이 찾아주시고요. 올해 포럼 했던 것들도 잘 정리해서 후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긴 시간 앞에서 얘기 해 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오늘 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돌아가시는 길 조심히 돌아가시고, 다음에 뵈요.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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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on “일상미학공감 6. 일상미학과 공간을 사유하는 건축가 홍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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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entry was posted on October 23, 2012 by in Architecture, Jinza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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